그렇다면 월척이 낚일 만한 조건을 미리 알고 있다면 생각만큼 월척을 잡는 것이 어려운 것만은 아닐 것이다. 물론 운도 따라야 하지만
모든 것이 구비된 뒤에 비로소 행운은 슬그머니 손바닥 위에 내려 앉는게 아닌가.
흔히 월척은 기법이 1이고 운이 9라고 하는데 1에 불과한 기법이 먼저 구비되어야 하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월척 한 마리 소원인 꾼이 월척이 나왔다는 소문에 뛰어 가보지만 꽝인 수가 허다하다.
초보자뿐만 아니라 고참꾼들도 이런 경험을 자주 겪는데 조력의 차나 경험부족 때문만은 아니다.
물때, 미끼, 채비, 경험적인 안목과 인내심 등이 같이 모두 갖추어져야 비로소 월척 얼굴을 만날 수 있다.
[월척은 몇 살일까]
그럼 월척은 몇 살일까 부터 알아보자.
붕어의 수명은 15년까지로 알려져 있으며 평균 수명은 10년에 못 미친다.
비늘의 나이테를 보고 하는 말이다.
그러면 붕어가 몇 년만에 월척이 되는가?
저수지마다 서식환경이 다르고 붕어 종류에 따라 성장속도가 다르므로 꼭 집어서 말 할 수는 없지만 이제까지는 대체로 10년이라고 생각들을 해
왔다.
그러나 어류학자가 통계적으로 조사한 결과 말하는 기간은 5-8년 사이이다.
즉
1년에 4cm에서 6cm씩 자란다는 것이다.
전체 붕어 수량 중에서 반수가 20cm이하이고 대물에 속하는 25-29cm 는 약 10%, 월척급은 1% 정도로 조사된 바 있다.
붕어 종류 중에는 잉붕어나 향붕어나 참떡붕어 등과 같이 다른 어종과의 사이에서 생긴 교배종이나 변이종이 있는데 상당히 성장속도가
빨라서 지금까지의 최대어로 알려진 60cm급은 아마 이런 종류인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월척터
선정]
월척산지라면 저수지 중에서도 과거 7-8년 이상 바닥을 드러내지 않았고 수침 수초가 전역에 고루 깔려 있는
중소형 규모의 평지형이 단연 압권이다.
지방의 숨겨논 월척산지는 대부분 3만평 미만으로 꾼들의 무차별공격을 받지 않은 곳이다.
가끔 마을 주민들이 잉어를 방류했다고 낚시를 금지시키는 경우가 있는데 붕어는 생명력은 강하나 기질이 약한지 잉어. 향어의 번식에
따라 퇴조일로에 들어가므로 그런 저수지는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가 많다.
산골짜기의 저수지는 물이 마르기가 쉽고 상류의 유입수가 너무 깨끗하여 붕어의 성장이 더디다.
들판에 끼인 저수지 역시 가뭄에 약하며 여름철 너무 빽빽한 수초 때문에 낚시가 어려운 경우도 있다.
대체로 저수지의 위치로
보면 산자락과 농경지 사이에 위치하면서 상류에는 마을이 있어 붕어의 먹이감이 섞인 찌꺼기가 흘러 들어오는 저수지는 붕어의 성장이 빠르므로 월척
서식율이 가장 높다고 본다.
산골짜기의 붕어는 깨끗하고 날씬한 반면 이런 곳의 붕어는 색이 짙고 몸집이 통통한 편이다.
가뭄 때에는 포인트를 고르기조차 어려운데
월척을 노린다는 것은 무리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어려운 여건에서 월척 포인트를 예측할 수 있는 범위는 오히려 좁아질 수도 있다.
즉 제방이나 제방에 가까운 골자리 입구 등인데 가장 긴 대로 닿을 수 있는 최대 수심자리를 선정하는 것이다.
제방에서의 낚시가 곤란할 때에는 최대한 제방에 가까운 곳으로 택해야 한다. 물이 탁하여 고기가 밤에도 얕은 곳으로 나가지 않고 깊은
수심층에 머물게 되는데 바닥에 수침수초가 있으면 금상첨화이다.
월척터로서 포인트가 정해져 있는 4만평 미만의 저수지 한 두 곳을 일년동안 꾸준히 공략해 보는 것이 경험으로 봐서 월척 성공률이
높다.
한 개의 저수지를 2년 정도 다니다보면 고기가 다가오는 방향과 머무는 위치 등을 자연히 알게 된다.
댐이나 강은 너무 범위가
넓기 때문에 일정하게 월척터라고 알려진 곳이라도 변화가 심하다.
수초 역시 발달돼 있지 않으므로 장마에 의한 반짝 조황에 꾼들이 몰려 들기도 하지만 그것은 오래가지 못하는 것이 보통이다.
특히 댐에서는 밑밥으로 정성을 들이고 시간적인 여유를 가지고 임해야 월척을 만날 확률이 높아진다.
수로는 봄. 가을의 월척낚시터로 적당하다.
바닥이 두꺼운 감탕질이므로 떡밥보다는 지렁이가 우선이다.
떡밥은 쉽게 감탕에 섞이므로 봉돌을 가볍게도 해보지만 잔챙이 차지가 되어 버린다.
수로는 여름에는 전역에 걸쳐 수온상승이 빠르므로 새벽녘의 조황이 좋으나 역시 여름철 월척터로 꼽기에는 부적당하다.
그러나 사방의 농경지 덕분에 붕어의 성장속도가 매우 빨라 나이에 비해 체구가 크며 찌가 솟는 속도도 빠르다. 다만 바닥이 부드러워 힘껏
채면 입술이 약해 떨어지기 쉽다.
그해 여름 장마의 불발로 가뭄에 허덕이던 8월 중순경, 3개월 동안 공략했지만 끝내 월척을 만날
수 없었던 그 저수지는 수문이 따로 없어 가뭄에도 불구하고 물이 크게 줄지 않은 상태였지만 물이 탁해져서 고기들의 활성도가 낮아졌는지 그동안
월척 잡았다는 사람은 없었다.
제방 부근에서 마을 주민이 낮 동안 밭을 논으로 바꾸는 작업 중에 논두렁위로 넘쳐 흘러내린 황톳물이 저수지로 흘러 들어간 자국을
보고 자리를 잡고는 긴허리 바늘(일명 세이고) 11호 바늘에 중간 크기의 새우를 통째로 달아 3대의 낚싯대를 듬성한 수초 옆에 던져 놓았다.
봉돌은 반 푼 정도 무겁게 한 것으로 기억한다.
모든 저수지의 물이 너무 탁해 입질을 기대하기 어려운 터라 월척은 더욱
기대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흘러 들어간 그 황톳물이 특효였다.
4시간만인 밤 12시에 2칸반 대의 케미가 중간쯤 오르다 말고 제자리로 도로 내려앉더니 다시 끝까지 솟은 후 내려앉는 것을 보고
대를 뒤로 당겼다.
본래 찌가 물에 완전히 잠겨야 하는데 너무 오랜만에 온 입질이라 나도 모르게 마음이 급해졌다.
입질이 촐삭거리는 것을 보아
결국 찌가 물 속에 잠기지 않을 것 같아 더 기다리지 않고 챔질을 했다. 31.5cm 짜리였는데 입질이 촐삭거리는 이유를 곧 알게됐다.
곧이어 같은 포인트에서 손바닥만한 민물게를 잡아냈던 것이다.
잡힌 붕어와 두 놈이서 바늘에 체포된 새우 한 마리를 두고 티격태격
했던 모양이다.
이때 낚은 붕어는 워낙 오랜만에 낚은 월척이어서 유일하게 어탁으로 남아있다.
새우낚시의 방해꾼인 이
민물게가 새우를 건드리면 찌는 물밑으로 천천히 가라앉았다가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을 반복한다.
된장덩어리로 민물게를 한 곳에다 모은다고 하나 귀찮기 짝이 없는 불한당이다.
손가락을 한번 물면 죽기 전에는 놓지 않는 질긴
해적이다.
흉칙한 검은 털의 새우강도다.
초보자 때는 그 입질이 웬 붕어입질인 줄로만 알고 평생에 월척 한 마리 잡았다고 찌가 위로 솟기만을 밤새 기다려 보았지만 헛탕을
얼마나 쳤던가,
[월척터의 특징]
월척터는 우선 오래된 저수지 즉
묵은 저수지가 좋다.
이런 곳이 붕어들이 오래 동안 살 수 있는 환경과 여건이 갖추어져 있다.
아무나 쉽게 월척을 잡아낼 수 있는
여건이라면 월척이 될 때까지 자원이 온전히 보존될 수가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전역이 수초로 뒤덮인 바닥이 밋밋한 평지형이나 간척지 저수지가 그 1순위가 된다.
이런 곳에는 아무래도 그 개체수가
많다.
다만 월척의 나이가 5년 전후이므로 반드시 오래된 저수지에만 월척이 많은 것은 아니고 축조된 지 5년 정도만 지나면 월척산지로
보아도 무난하다.
붕어는 생명력이 강해서 가뭄으로 저수지의 바닥이 드러났는데도 그 이듬해 월척이 잡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붕어는 습기 있는
진흙이라면 땅속 1m 이상 들어가서 살 수 있다고 한다.
계곡지에서도 월척은 얼마든지 배출되고 있다. 들깻묵과 황토 밑밥으로 경사가 급한 포인트에서 월척을 잡기도 했다. 은폐물이 산재한
평지형과 달리 계곡지에서의 월척은 그만큼 잡기가 힘들지만 공략해 볼만한 가치가 있다.
흔히 알고 있는 소류지나 둠벙 규모에서는 월척의 개체수가 한정되어 있어 꾼들의 손이 몇 번만 거쳐도 금방 고갈되고 만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
그것보다 평지형이나 간척지 저수지가 매년 꾸준히 월척을 배출하므로 월척 확률이
높다할 것이다.
[월척 시기]
일 년 중 특정시기에만 월척이 나오는
저수지가 있다.
즉 산란기에 월척이 집중되는 저수지는 가을에는 물가로 잘 붙지 않는 저수지가 있다. 또 그 반대인 저수지도 있다.
그것은 저수지마다 수온대의 형성이 각각 다르기 때문이며 상류대와 중류대 사이의 경사면이 다르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한다.
어떤 저수지는 평소에는 잔챙이터로 알려져 있지만 겨울 얼음낚시에서만 대어를 토해내기도 한다.
산란기에는 당연히 규모가 큰 수초밭을 공략해야 한다.
서해안과 남해안의 일부 평지형 저수지는 여름에는 빽빽한 수초 때문에 낚시가 어렵다. 이 수초가 삭아 내린 늦가을에 또 한번 찬스가
온다.
여름에는 빗물이 유입되어 저수지 바닥이 오랜만에 한번 뒤집혀야 하는 저수지가 있는가 하면 갈수기 때라야 물골 가까이 접근할 수
있어 월척터가 되는 저수지가 있다.
가을에도 봄과 같이 월척들이 연안으로 붙는다. 연중 두 번째
월척타임이다.
연안 접근 목적은 실컷 먹어서 영양보충을 해 놔야 겨울을 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지방질인
새우나 지렁이를 찾는다.
다만 봄과는 달리 무조건 수초대보다는 바닥 경사면을 따라 붙으므로 수심대과 시간대에 따른 포인트 선정에 익숙해야
한다.
겨울철에는 얼음낚시에서 월척 배출이 많다.
그 밖에도 얼음이 잘 얼지 않는 남해안 쪽의
저수지 중에서 줄기가 억센 갈대나 부들이 빽빽한 저수지에서 기대해 볼만하다.
[월척포인트]
하나의 저수지내에서도 계절적으로, 하루중 시기별로 월척포인트가
달라진다. 그러나 앞에서 설명했지만 저수지마다 월척시기가 대체로 정해지는 경향이 있으므로 그 시기에 그 저수지를 찾았을 때는 정해진 포인트에
자리하는 것이 유리하다.
붕어들의 회유와 서식패턴이 오랜 기간동안 그 저수지의 환경에 맞추어져 왔기 때문이다.
또한 붕어들도 나름대로의 영역을 가지고
있다. 관장하고 있는 영역에 따라 연안으로 접근해 오는 길목이 있다. 이 길목의 개념을 특별히 강조하는 꾼들이 많다.
그렇지 않고 생자리를
개발하는 경우에도 이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그래서 월척을 노릴 때는 저수지의 포인트 종류를 파악해서 대어들의 회유로를 짐작해
내야 하는데 그럴려면 오랜 경험이 필요하다.
회유로 속에 포인트가 있으며 그것은 수온이 차가울 때와 따뜻할 때가 다르고 봄가을과 여름이 다르다. 봄에 수초 깊숙한데서 잡았다고
해서 일년 내내 수초 빽빽한 속에 숨어 있을 것이라고 본다면 곤란하다.
친구가 아침에 중류대에서 잡았다고 이른 새벽에도 중류대에 틀어 박혀 있지는 않는다.
갈수기 때 깊은 수심에서 잡았다고 만수
때도 제방권에 앉아 있으면 월척 만나기는 어려운 것이다.
요점은,그 계절에 그날의 물때에 따라 노리는 시간대를 정하여 대어가 회유하는 길목을 짐작하여 버티고
앉아 있어야 한다.
다른 꾼들과 떨어져서 자리를 잡아야한다. 월척은 영물이라고 하는 이유야 여러 가지이지만 인기척이
있는 곳으로 과감히 대쉬하는 월척은 병든 녀석이다.
좁은 소류지라면 아무리 떨어져 있어도 하늘로 날아다니는 케미불이 영향을 주기 마련이다.
그래서 대어낚시 때에 미워서 같이
데려가지 않으려는게 아니고 작은 터에 밤새 도깨비 눈깔 같은 케미불이 난무하다가는 모두가 입질 못 받게 되기 때문이다.
월척은 거의
대부분 연안을 따라 접근하므로 물가 연안에 유의해야 한다.
깊은 수심대에서 정면으로 접근하는 것은 준척 미만이다. 대어는 이미 물때에 맞춰 연안에 들어와 있었던 것이다.
보통 물가에 바싹 다가앉아 긴 대를 펴놓고 물에다 철벅철벅 손을 씻기도 하고 발을 담그기도 하면서 여유를 부릴 수 있을 정도로
월척이 둔감하지는 않다.
물가에 앉아 있어도 마치 낮에 갖다논 바위돌이 되어야 한다. 물때를 맞아 월척이 나들이를
시작해서 미끼에 접근할 때까지 하염없이 기다려야 한다.
입질 한번 못 받는 수가 허다함을 미리 명심해야 한다.
달이 없더라도 일어서지도 말라. 오줌 눌 때는 기다시피 나가라. 등산화나 구두종류는 NO! 스폰지 운동화 OK! 발을
끌지 말고 한 발자국씩 또박또박 걸어라.
동물성 미끼일 때는 떡밥꾼과 멀리 멀리 아주 멀리 떨어져라.
잔챙이가 꼬이기 시작하면 꾼의 움직임도 많아지고 케미 비행도 많아지고 채비소리도 많아진다.
월척은 수 십 미터 밖에서
단계적으로 수색하면서 접근하는데 인기척이 나면 영영 들어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