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의 회유패턴
일전에 TV에서, 키우던 개를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갖다
놓았더니 제집을 찾아온 것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이걸 보다가 평소에 붕어가 미끼로 접근해 오는 방향에 대해 생각해 오던 것과 일치하는 점이 있어서 여기 몇 자 적어봅니다.
이 TV프로그램에서 개는 산중에 있는 어느 공사 현장의 임시관리소에서 기르던 것인데 일부러 수 km 떨어진 곳에다 갖다 놨더니 첫날에는
제집을 찾아가긴 해야겠는데 방향감각을 잡느라고 근처를 빙빙 돌기만 하다가 밤이 되니까 야생 풀더미 속에서 잠을 잤습니다.
이튿날에는 방향을 잡긴 했는데 가까운 도로로 가지 않고 밭이나 들로 헤매면서 다소 우왕좌왕 하는 것 같더군요. 그러면서도 점점 가까이
다가가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마침내 오후에는 큰 길에서 집으로 들어오는 개울다리까지는 왔지만 왠일인지 반대편 밭길로 가더니 몇 시간 후에는 옳게
방향을 잡아 드디어 개울다리를 건넜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또 아스팔트 도로만 따라가면 제집이 금방 나올텐데 (그림에서 X표 친 방향) 엉뚱하게 산길로
새는 것입니다.
카메라가 따라가 봤지만 자꾸 산으로만 뛰어 올라갔으므로 놓치고 말았습니다. 저거 똥개구나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그런데 개를 놓친 촬영팀이 포기를 하고 집에 도착하여 두어 시간이 지나서입니다. 그 개는 엉뚱하게 방향을 잘못 잡고 올라갔던 바로 그
산을 넘어 집으로 내려 온 것입니다.
여기에서 엉뚱하게 방향을 잘못 잡았다고 똥개라고 생각한 것은 사람 중심의 생각에 불과함을 알게 됐습니다. 동물은 본능에
의해서 자연에 있는 그대로의 정보를 인지하여 행동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즉 사람 중심으로 본다면 분명히 잘 닦인 아스팔트 도로를 따라 와야 똑똑한 개로 인정을 받을 것이지만 개의 입장에서는
인간 중심으로 만든 도로가 집을 찾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던 것입니다. 개는 집과 그 주변환경에서 나는 냄새를 가지고 제집을 찾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물 속의 고기들도 회유하는 길이 따로 있습니다. 수초가 있다면 수초 그늘을 따라 연안으로 나왔다가 다시 깊은 데로 들어가며 맨바닥
저수지에서는 물골이나 연안의 턱진 곳 또는 수몰나무를 따라 움직입니다.
붕어들은 저수지를 가로질러 반대편 연안으로는 건너가지 않으며 만일 서식처를 반대편으로 옮기더라도 상류대를 거칠 것이라고
짐작합니다.
또한 미끼가 있는 곳으로 직선으로 다가오는 경우도 있지만 먼 곳에서 미끼로 접근할 때는 반드시 연안을 끼고 와서는 다시 깊은 곳에 던져둔
미끼로 다가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생각할 때는 붕어가 항상 깊은 곳에서 얕은 곳의 미끼로 올라오는 것처럼 보이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낚시하는 도중에 연안에 앉은 다른 사람들이 소음을 내거나 불을 비추면 그 근처에서 낚시가 잘 안되는 것도 붕어가 미끼로
접근하는 연안의 길목을 어수선하게 만들어 버리기 때문입니다..
큰 씨알을 잡기 위해 현재보다 더 긴 대를 펴기도 하는데 큰 씨알은커녕 더 잘아지는 경우가 많은 이유는 큰 씨알일수록 경계심이 강해서
반드시 연안을 따라 회유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큰 씨알을 노릴 때는 깊은데 보다는 대를 옆쪽으로 돌려 쳐서 물가에 붙여 놓으면 이 외의 입질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곳이 급경사나 절벽 쪽으로 향하는 곳이라면 거의 틀림없이 기존의 씨알보다는 큰 것을 만날 수 있습니다.
자, 그럼 붕어가 회유로를 따라 어떤 경로로 미끼에 접근하는가를 살펴보도록 합니다.
위 그림은 오랜 가뭄으로 충주호에 물이 많이 빠졌을 때 드러난 바닥입니다. (2001. 8월)
오른쪽 숲과 흙자리의 경계선이 만수선인데 바닥에서 여기까지는 대략 7m 정도 되어 보인다고 하면, 수위가 반 이하로 찼을 때는 맨
아래 바닥에 있는 물골을 따라 붕어와 잉어가 오르락 내리락할 것이며 만수위일 때는 경사면의 능선을 타고 회유를 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붕어는 수온이 오른 계절에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7m까지 내려가지 않습니다. 만일 7m에서 붕어를 잡았다면 위층에 있던 붕어가
미끼를 먹으려고 일부러 아래까지 내려갔을 것입니다.
그래서 충주호에서 수심 깊은 포인트에서는 1m가 넘는 장찌도 끝까지 올려 주더라고 하는 것입니다.
즉 긴찌를 끝까지 올려주었다는 것은 붕어가 주로 머무는 층에서 많이 내려가서 미끼를 먹은 때입니다. 반대로 수심이 아주 얕은
곳에서는 붕어가 미끼를 물고 낮은 포복으로 도망갑니다.
이 지역에서 반쯤 물이 차 올랐을 때는 가운데를 향하여 대를 펴야 할 것이며 만수위 때는 양 옆으로 미끼를 던져 놓아야 할 것
같습니다.
오른쪽 경사면에 포인트해서 앉는다면 밤에는 짧은 대를, 낮에는 긴 대를 펴야 합니다. 이렇게 포인트를 좁은 범위에서 판단하기 보다
회유로를 멀리까지 미리 짐작해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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